[기고] 이제는 ‘지역돌봄’을 통해 새로운 나와 가족 만들어야 해...

차영관 부천시 성곡동 희망복지과장이 전하는 100세 시대 메시지

전지훈 기자 | 입력 : 2019/08/28 [19:05]

[부천시] 매일 아침이면 나는 혼자 사시는 어머니께 안부전화를 드린다. 물론 매일 전화드리는 것이 쉽지는 않다. 어머니께서는 전화를 기다리셨다는 듯이 반갑게 받으시면서도 막상 별 얘기없이 짧게나마 무심하게 통화하시곤 한다. 나는 이렇게 자식된 도리로써 하루를 시작하여 직장에서 퇴근하는 순간까지 노인돌봄에 대하여 고민하면서 ‘우리 동네 어르신들을 어떻게 돌봐야 할 것인가’하는 되새김으로 보낸다.

 

▲ 차영관 부천시 성곡동 희망복지과장     ©지방행정신문

대민행정을 펼치고 있는 최 일선에서 한두달에 한번씩 어르신 독거사가 발견되거나 보호자의 부양 없이 생활고충을 토로하는 어르신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 ‘정말 노인문제가 심각하구나’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누구보다 열심히 인생을 살았고, 자녀들에게최선을 다하고, 부모 세대에 효를 다한 어르신들이었을텐데 말이다. 다행히도 복지대상자와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많은 사업 마련에 힘썼던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이제는 노인돌봄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히 고민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744만 명이며, 전체인구 대비 노인인구 비율이 14.4%로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하는데 17년이 걸렸으며, 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기록이라고 한다. 이렇게 급격히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사회적으로 많은 현안들이 생겨나고 있는데, 가장 큰 첫 번째 문제는 건강보험 재정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이며, 노인장기요양보험은 2016년 이후 당기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두 번째 문제는 장기요양 노인환자를 제대로 돌볼 수 있는 준비가 부족하고, 30만 명이 넘는 노인들이 요양시설에 의존하고 있다. 세 번째 문제는 환자 중심의 문제해결 노력보다는 시스템 중심으로 환자를 돌보고 있다. 그래서 현 정부는 장기요양 환자가 요양시설에 입소하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고 가정과 지역에서 돌볼 시스템을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우리 부천시는 지난 4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지역사회 통합돌봄 노인분야 선도도시》로 선정되어 돌봄이 필요한 노인이 살던 곳에서 지역사회와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보건의료·요양·돌봄·독립생활 등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을 6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광역동을 중심으로 100세 건강실과 종합사회복지관을 1:1 매칭해 보건과 복지의 칸막이를 없애고 IoT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연계사업을 발굴하는 등 부천형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구축해 누구나 지역사회에서 가족과 함께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10개 행정복지센터 통해 본 사업이 추진 중이다.


성곡동 행정복지센터에도 훈훈하고 아름다운 지역돌봄 사례가 있다.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이 시행되는 6월에 보호자 없이 퇴원 계획을 앞둔 저장강박증 독거노인인 의료급여대상자가 마침 발굴되었다. 이 어르신의 시급한 위기상황은 집안 가득한 쓰레기였으며, 이로 인해 악취 및 화재위험·생활공간 부재·가족과 이웃과의 관계단절로 신체·정신 건강관리 돌봄 필요한 상황이었다. 성곡동 희망복지과 지역통합돌봄팀은 어르신을 돌봄대상자로 선정하였고, 즉시 쓰레기집 집안대청소 등 주거환경 개선사업과 퇴원 및 귀가조치 등으로 지원을 시작하였다. 또한, 관련기관·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지역케어회의’를 개최하여 어르신이 또다시 쓰레기집으로 만들어서 당사자는 물론, 이웃에게 생활불편을 주지 않도록 하는 예방책 마련과 그동안 쓰레기집으로 사이가 안좋던 이웃들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부양의무자와 지역에서의 역할에 대해 논의하였다. 또한 어르신의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존경하면서 스스로 문제해결하는 방법도 체크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로 이웃어르신과 단체원들이 자발적으로 어르신을 수시로 돌봐주시게 되었고, 매일매일 돌봄내용과 변화과정을 SNS로 공유하면서 그들만의 라포르와 책임감으로 더욱 결속하였다. 담당공무원과 이웃과는 전혀 대화를 거부하였던 어르신께서는 현재 담당공무원 뿐만 이웃과 단체원과도 같이 음식도 드시고, 스스로 물건 정리·배출도 하시는 등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르신을 기다려주고, 이해하고, 도움주는 이웃들과 아름다운 정을 나누니, 어르신께서 마음의 문을 열고 사람들과의 어울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쓰레기수집으로 이웃과 갈등이 있었지만 다시한번 관심을 가져주고 마음을 열어준 이웃들의 따스한 마음, 본업으로 바쁨에도 불구하고 수시로 방문하여 어르신과 소통했던 단체원들. 이 모든 감정과 경험, 그리고 시간들이 모여 어르신에게 잘 전달하고, 고스란히 스며들었기에 변화가 시작되었던 것이라 생각된다. 이웃과 함께 공유하는 삶에서 조화롭기에 더 아름다운 나눔의 정을 알게 해주었다.


게다가 가족관계가 단절되었던 부인과 딸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행정기관과 지역주민들의 부단한 노력을 알리면서 어르신에 대한 기본적인 보호자 역할을 이행하도록 격려한 끝에 이제부터라도 보호자 역할을 하겠다라는 다짐을 받게 된 것이다. 그리고 부인과 딸이 지켜보고 있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음을 어르신께 전달함으로써 삶의 의욕을 북돋아 주었다. 가족은 끝없는 화해와 조화로움 속에서 끊을 수 없는 관계이기에 어떠한 어려움이라도 가족이라는 이름은 삶을 살아가는 씨앗이 된다는 사실은 분명한 것 같다.


이렇게 지역 안에서 돌봄이 필요한 노인에게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이를 꾸준히 돌보는 주체가 필요하며, 이로 인해 자원봉사와 일자리 영역도 확대될 것이라 기대된다. 지역돌봄 활동에 관심 있는 주민들이 지역사회 노인돌봄의 주체가 되어 혼자 이동이 불편한 홀몸노인에게 제공되는 이동서비스를 제공하는 서울시의 ‘마을마차’가 좋은 사례이다. 우선 성곡동에서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활동가를 모집·양성하여 지역돌봄가로서의 사명감을 갖고 노인돌봄 분야에 전문 자원봉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돌봄 활동가를 9월에 모집할 예정이다.


사회가 급변하고 고령사회가 되면서 이제는 가족이라는 정의가 꼭 혈연으로 맺어진 사람들의 이야기만은 아닌 것은 분명하다. 위 사례를 보듯이, 지역에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을 위해 이웃과, 단체원, 자원봉사자, 유관기관 등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어 또 하나의 가족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어느 조직의 구성원, 모임, 친구, 연인, 가족이 된다는 것은 또 하나의 나를 만드는 일이다. 바로 그들이 나에 대해 설명해줄 유일한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오늘 하루 동안에 ‘누구와 대화하였는가?’ 개인은 타인과 어떻게 소통하느냐에 따라 성격, 삶의 양식 나아가 독창적인 영혼의 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주위에 있는 이웃에게 더욱 괸심을 갖고 새로운 나와 가족을 만들어 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숙제를 던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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